“글로벌 입맛 잡아라”…식품업계 ‘K-소스’에 승부 건다
2028년 해외 소스 시장 700억달러 돌파 전망
식품업계, 앞다퉈 K-소스 신제품 출시·수출식품업계가 ‘K-소스’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한국식 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고추장·쌈장·간장 등 전통 장류부터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이색 소스까지 다양하게 출시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소스 시장 떠오르는 이유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소스 시장은 2019년 1조3700억원에서 2022년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약 3조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고물가 시대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해먹는 ‘집밥족’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간편식 대중화와 함께 소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점도 한몫했다. 몸에 안 좋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요리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필수 주방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해외 시장에서도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해외 소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50억달러에서 2023년 597억달러로 증가했다. 2028년에는 700억달러(약 101조26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식품업계도 신성장동력으로 ‘K-소스’를 점찍고 국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소스 사업이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익숙한 맛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히 소스 시장의 경우 선점 효과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보유한 대표 제품의 소스를 상품화하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익숙한 맛을 통해 더욱 빠른 시간 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며 “이는 곧 브랜드 전체의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이 ‘불닭 소스’를 앞세워 글로벌 소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 또한 이같은 소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소스는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불닭볶음면에 이어 소스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라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캐시카우로 소스 사업 부문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불닭 소스를 장기적으로 타바스코, 촐룰라와 같은 ‘글로벌 핫소스’로 키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치열해지는 K-소스 선점 경쟁K-소스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소스류 수출액은 3억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12월 수출액을 더하면 2023년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있는 라면 수프 맛을 액상형 소스로 변형한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마라샹궈·마파두부 등 ‘요리용 소스’까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60개국 이상에 고추장, 된장, 간장을 포함한 다양한 K-소스를 수출하고 있다. 외식업체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영국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 ‘잇슈’에 쌈장을 납품했고, 현지 일식 체인 ‘와가마마’에 돼지고기 양념장을 공급했다. 미국 시장에는 매운맛 강도를 조절하고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디핑 소스 ‘갓츄’ 등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소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장류 전문 기업으로 불리는 샘표식품 역시 요리에센스 ‘연두’, ‘유기농 고추장’, ‘완두 간장’ 등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각각 짠맛을 줄이거나 매운맛을 조절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완두 간장은 국제 식품박람회인 ‘시알 파리2024’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연두의 해외 매출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해 해외에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대상은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소스를 개발했다. 서구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테이블 소스 형태로 고추장과 쌈장을 재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농도를 묽게 하거나 튜브형 용기를 도입해 샐러드 드레싱이나 디핑 소스로 활용 가능한 제품도 있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를 통해 고추장, 떡볶이 소스, 김치 소스 등 200여종의 소스를 20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외에도 동원홈푸드는 소스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을 지난해부터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알짜배기로 여겨지던 소스 사업이 최근 주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에서 소스 사업이 해외에서 브랜드에 더 접근성을 갖게 하는 중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국내 소비자 뿐 아니라 글로벌의 입맛까지 고려한 소스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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