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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던 금리가 갑자기 속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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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준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혹은 "연준이 시장 통제에 실패했다."는 소리를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연준에서는 "금리 인상을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시장에서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조만간 연준이 행동에 옮기게 될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였으니까요.
그 때문에 금리가 최근 10년물 기준으로 한 때 1.7%를 넘어서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까지 시장과의 소통이 어려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아마도 연준의 발언이 매우 모호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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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부양책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했었는데요, 그냥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고만 한다면 구체적으로 얼마 만큼의 진전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실업률 5% 미만이라든가, 혹은 물가 2% 이상처럼 구체적인 제시가 없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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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파월은 그저 “인플레이션이 2% 를 일정 기간 상회하는 것까지는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었는데요, 일정기간이라면 구체적으로 1년일까요? 2년일까요?
혹은 행동하지 않겠다는 물가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얼마일까요?
예를 들어, 물가가 5%를 넘어서도 아무런 행동 없이 좌시하겠다는 말은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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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연준만 믿으라"는 공염불만 반복하는 동안, 식품 가격은 7년 래 최고점에 이르렀습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이유로 기저귀 세제 휴지 등의 생필품을 만드는 P&G는 오는 9월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실물 자산의 가치만 오른 것이 아니고 은행 서비스 가격도 13%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 진행 중이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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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주에 발표된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기업들이 비용 증대에 따라 상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음을 밝혔는데요, 이는 현재 시장에서 관찰되고 있는 인플레를 일시적인 압력이 아닌, 좀 더 중장기적 추세로 보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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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원금 때문이라지만 소비자들은 왕성하게 소비를 늘렸고, 강한 수요는 기업들의 재고 확충 수요로 이어지면서,고용시장에서는 숙련공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타이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멈추지 않았어요.
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 안이 아직 통과되기도 전인데, 오는 28일 의회 합동 연설 이전에 1조 달러 규모의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잖아요?
이러니, 기업들은 이번 물가 상승은 결코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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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4월 첫째 주까지만 해도 들은 금리 상승에 베팅을 강화했어요.
시장 조사 업체 IHI마킷에서는, 주로 국채를 담는 ETF인 TLT에 대한 숏 포지션 물량이 전체 유통 물량의 20%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 보고서를 냈으니까요.
이게 연초까지만 해도 7%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4월 초순까지만해도 스마트머니들은 금리가 다소 조정을 보이는 순간을 오히려 금리 상승에 대한 추가 베팅의 기회로 삼았던 것이죠.
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TLT에서 이탈한 투자 자금은 대략 26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이것은 2002년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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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반복적인 발언에도 시장의 생각은 금리의 추가 상승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죠.
옵션 시장과 FF(연방기금선물)에 반영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2.2% 수준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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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돈들이 옳다는 생각을 해왔던 저로서는, 이제 장기 금리의 상승은 기정 사실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무렵...그러니까 지난 주부터, 개벽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하루에 10BP이상이 빠지면서 금리가 다시 1.5%대까지 하락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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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매도 포지션에서 대규모 청산 물량도 관찰되었는데요, 그렇다고 미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빠진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난 주에 발표된 각종 제조업 지표나 개인 소비 등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지난 주 스페셜리포트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일부 연은 지수는 제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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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미 국채 금리에 대한 상승 기대가 갑자기 뚝~~떨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미국의 장기 금리 급락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저는 대략 네 가지 이유를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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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지금까지 뜬 구름만 잡던 연준이 확고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크게 뒤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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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 국채는 다른 국채와는 다른 독특한 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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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현상도 한 몫을 했을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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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이중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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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설명드리죠.
앞서 거론해드렸듯이 제롬 파월의 통화 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준은 매~~우 모호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파월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드디어 조금 더 선명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정책 정상화 경로는 2013 년 당시의 정상화 순서를 따를 것이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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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라면 의 시대였는데요, 대략 이런 경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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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 테이퍼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둘 째,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진 이후에 점진적인 속도도 테이퍼링을 시작하는데요, 지난 2014년 당시에는 매 월 자산 매입 규모를 100 억 달러씩 축소했었지요.
셋 째, 월 간 순 자산 매입 규모가 0이 된 다음에도 즉각 연준 자산을 줄이지 않고, 돌아오는 채권에 대해 재투자를 실시하면서 추후 금리 인상의 시기를 저울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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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연준이 "테이퍼링을 조만간 시작하겠다"는 시그널을 언제쯤 줄 것인지가 중요하겠지요?
이에 대해서도 매우 단호한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는 “미국인 75~80% 가 백신 접종을 하는 시기가 되면 연준은 테이퍼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라며 딱부러지는 시기까지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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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또한 불라드 총재의 조건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지금 미국 경제는 변곡점에 있다. 고용 시장이 꾸준히 개선되기 위해서는 코로나 재확산 여부가 중요한데, 이는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외부 변수라서 여전히 주요한 리스크 요인이다."라고 말이죠.
이 말은, 바이러스라는 변수는 제아무리 연준 할아버지라도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 면역 상태가 되어야만 정책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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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파월과 연준 인사들이 정책 정상화 조건을 구체화한 것은 아마도 언제부터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워낙 시장에서 연준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니, 이러 이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뭐 이런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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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연준이 제시한 조건을 토대로 금리 인상의 시기를 가늠해볼까요?
지금 미국 성인 중에서 절반은 1회 이상의 백신을 맞은 상태인데요, 현재 속도를 감안한다면 대략 6~7월이면 75%에 도달할 수 있어요.
블라드 총재의 기준 대로라면, 일단 올해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테이퍼링을 적절한 시기에 할 수 있다~~"라는 선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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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과거와 비슷한 경로를 제시했다면 최초로 이 제시된 이후, 대략 6개월 정도가 지난 다음에 테이퍼링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렇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테이퍼링이 개시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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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자산 매입 축소 규모는 매달 100억 달러씩 이었고, 지금 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가 월 1200억 달러 수준이니까 완전히 중단되는 시기까지는 대략 1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겁니다.
그럼 내년 연말이나 2023년 연초가 되어야 테이퍼링이 모두 끝나게 되지요.
이후부터도 곧장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쳐 재투자 기간을 갖다가 금리의 첫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으니, 최초의 금리 인상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23년 중후반은 되어야 가능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