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BM4' 승부 건 삼성…'꿈의 기술' HCB 설비 잇단 반입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HCB)'을 위한 설비를 잇따라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경쟁사 SK하이닉스가 16단 제품까지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우선 적용할 예정인 가운데 선행 기술 도입을 앞당겨 HBM4(6세대 제품)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 HCB 설비를 반입하고 관련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송재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과 실무진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송재혁 사장은 "경기 내내 이기고 있다가 9회 초에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 현재 9회 말에 접어들었다"며 "재역전을 위해 9회 말 노아웃에 첫 번째 주자를 내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오늘) 노아웃 상황에서 드디어 첫 번째 주자를 성공적으로 내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본딩(HCB)은 두 개 이상의 칩을 연결하기 위한 패키지 기술이다. 현재 HBM 양산에는 열압착(TC) 본딩 기술이 쓰이고 있으나 발열, 폼팩터 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술의 사용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TC 본딩은 칩과 칩 사이에 얇은 비전도성필름(NCF)을 넣은 뒤 열로 압착하는 방식이다.이에 칩 사이의 공간을 완벽히 메울 수 있고, 칩이 휘는 '워피지' 현상을 예방하는 데에도 강점지녔다.
다만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속 연산과 고온 환경에서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하는 범프와 접착제 없이 유전체와 구리 소재만을 이용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반도체 전체 두께가 줄고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HBM3E(5세대)와 HBM4(6세대) 등 제품의 코어다이 간 간격은 7um(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16단 제품의 경우 775um의 제한된 폼팩터에 코어 다이 16개를 적층해야 하는 만큼 이전 세대 제품보다 칩 간 갭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제74회 '전자부품기술학회(ECTC)'에서 'HBM 적층을 위한 D2W 하이브리드 구리(Cu) 본딩 기술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16단 이상 HBM 양산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김대우 삼성전자 AVP(첨단 패키징) 사업팀 상무는 지난해 4월 광주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KMEPS) 2024 정기학술대회에서 "최근 16단 HBM을 하이브리드 본딩(HCB)으로 만들어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HBM3를 사용했지만 향후 HBM4를 가지고 양산성을 개선하는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제조한 16단 HBM 샘플은 전체 층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적용됐다. 당초 얼라인(Align) 등 이슈로 1개 층 혹은 2개 층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전체 층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해당 샘플 제조에는 #세메스 장비가 사용됐다. 이번 설비 반입 역시 이 업체의 장비로 알려졌다.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웨이퍼와 다이를 부착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저항"이라며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방식보다 저항이 낮추고 데이터 속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량이 커질수록 본딩 방식까지 고려해 제품을 최적화해야 한다"며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성능이 개선된다"고 했다. 이어 "HBM3과 HBM3E에서는 본딩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HBM4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쟁사 SK하이닉스는 16단 제품까지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우선 적용하는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단 이상 HBM 양산을 대비해 하이브리드 본딩 연구를 진행 중이다.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31659